
제주 서쪽 끝 한경면 고산리에는 높지 않지만 시원한 풍광을 품은 봉우리가 있습니다. 수월봉은 해발 77m 높이의 제주 서부지역 조망봉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줍니다.
많은 사람이 정상 쪽을 먼저 찾지만, 봉우리 아래 해안선을 따라가면 전혀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정상과 해안 가운데 어디를 먼저 볼지, 해 질 무렵을 어디서 맞을지 정해 두면 하루가 알차집니다.
정상의 수월정과 고산기상대
정상에는 기우제를 지내던 육각정인 수월정이 있고, 그 옆으로 고산기상대가 우뚝 서 있습니다. 우리나라 남서해안 서쪽 끝자락에 있는 기상대로, 거의 모든 기상 관측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기상대 5층에는 일반인에게 열린 전망대가 있습니다.
수월정에 앉아 차귀도 쪽으로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보는 시간은 이곳에서 놓치기 아까운 장면입니다. 일몰 시간에 맞춰 가면 차귀도로 떨어지는 해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사진: Grapesurgeon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엉알 해안절벽과 지질트레일
깎아 만든 듯한 해안절벽은 동쪽으로 2km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이 절벽은 '엉알'이라 불리고, 벼랑 곳곳에서 샘물이 솟아올라 '녹고물'이라는 약수터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봉우리 아래쪽에는 해안선을 따라 지질트레일이 있습니다. 해안절벽을 따라 화산 퇴적물이 쌓여 있는 모습이 장엄하고, 화산재 지층과 화산탄이 만들어 내는 절경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입니다. 보통은 정상 쪽을 많이 찾지만, 반대로 아래쪽 해안선을 따라 모습을 드러내는 지질트레일도 꼭 걸어 보세요.
입구에서 정상·고산기상대로 가는 길과 지질트레일·자구내포구로 가는 길이 갈리는 곳에서 조금 들어와 왼쪽을 보면,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는 자리가 있습니다.
정상과 해안을 모두 보고 싶다면 해가 높을 때 지질트레일을 먼저 걷고, 일몰 무렵 정상의 수월정으로 올라가는 순서가 무리가 없습니다. 지층은 밝을 때 더 또렷하게 보이고, 낙조는 높은 곳에서 더 넓게 보입니다.
사진: Grapesurgeon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안내판을 꼼꼼히 읽으며 걷기
지질트레일 코스를 걷다 보면 마주치는 안내판도 꼼꼼히 읽어 보세요. 웅장한 지층의 수월봉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부터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NFC 마크가 있는 표지판에 한해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지질공원해설사의 해설도 있습니다. 전화 예약을 권하고 현장 접수도 가능하며, 1월 1일과 설·추석 당일에는 쉽니다. 운영 시간은 방문 전에 확인해 두세요.
녹고물에 전해지는 남매 이야기
바닷가 절벽에 솟아오르는 샘 녹고물에는 이런 전설이 전해집니다. 약 380년 전 고산리에 수월이라는 누나와 녹고라는 동생이 홀어머니를 모시며 의좋게 살았습니다. 어느 해 봄 어머니가 몹쓸 병에 걸려 눕자 남매는 극진히 간호했지만 차도가 없었고, 그러던 중 지나가던 스님에게서 백 가지 약초를 구하라는 처방을 듣습니다.
온갖 고생 끝에 아흔아홉 가지 약초를 구했지만 마지막 한 가지를 찾지 못하던 남매는, 마침내 절벽 중간에서 그 약초를 발견했습니다. 수월이가 녹고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절벽을 내려가 약초를 캐어 건네주는 순간, 녹고가 그만 누나의 손을 놓쳐 버렸고 수월이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자책감과 슬픔에 빠진 녹고는 그 자리에서 한없이 울었고, 절벽 근처에서 흐르는 샘은 지금도 누나의 죽음을 애도하는 녹고의 눈물이라고 전해집니다. 해안을 걷다 벼랑에서 솟는 물을 만나면 이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사진: Grapesurgeon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다녀오기 전에 확인할 것
주소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3760입니다. 해안 지질트레일은 절벽 아래를 지나니, 파도가 높은 날에는 바닷가 쪽으로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마세요. 해 질 무렵까지 머문다면 돌아가는 길이 금방 어두워지니 미리 동선을 정해 두세요.
서쪽 끝의 일몰을 본 뒤, 애월에서 한 끼
수월봉에서 해 지는 바다를 보고 애월 쪽으로 이동한다면 미포집 제주 애월점을 식사 후보로 담아 보세요. 이동 시간은 출발 전에 지도에서 교통 상황과 함께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지질트레일을 걸은 날의 허기를 채우고 싶다면 해물장과 솥밥을 선보이는 미포집의 메뉴 안내를 살펴보세요. 절벽의 지층과 녹고물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는 시간도 좋겠습니다.
- 수월봉
- 수월봉 지질트레일
- 엉알해안
- 고산기상대
- 제주 일몰
- 차귀도 낙조
- 미포집
함께 읽기
제주 애월신창풍차해안도로, 하얀 풍차와 에메랄드빛 바다를 따라가는 제주 서쪽 끝 바닷길
제주도 서쪽 끝을 따라 이어진 해안도로로, 해상풍력단지의 하얀 풍차와 에메랄드빛 바다, 멀리 차귀도가 함께 보입니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고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제주 애월정물오름, 샘의 이름을 딴 오름에서 이시돌목장과 일몰을 바라보는 산책
정물오름은 오름 앞의 정물샘에서 이름을 따온 한림읍 금악리의 오름입니다. 시계 방향으로 왼쪽 길부터 오르면 한라산을 보며 올라 바다를 보며 내려오고, 정상에서는 이웃 오름과 이시돌목장이 보입니다.
제주 애월차귀도, 고산리 바다에 뜬 제주에서 가장 큰 무인도와 독수리 전설
차귀도는 본섬과 죽도·와도·지질이섬 같은 부속섬을 함께 부르는 이름입니다. 고산리 자구내포구에서 유람선으로 들어가 자유 투어 뒤 같은 배로 돌아오며, 지금은 제주도에서 가장 큰 무인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