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재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가까운 앞바다에 작은 섬 하나가 보입니다. 제주 서쪽 한림읍에 있는 비양도입니다. 바라보기만 하던 그 섬에 직접 건너가 보고 싶은 날이라면, 한림항에서 배를 타는 일정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세요.
이름이 같은 섬이 우도 안에도 있지만, 한림 앞바다의 이 섬과는 다른 섬입니다. 제주의 화산체 가운데 가장 나중에 생긴 막내 섬으로 알려져 있고, 2~3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작습니다.
한림항에서 배로 15분 정도, 출발 전에 운항부터 확인
섬으로 들어가는 배는 한림항에서 탑니다. 들어가고 나오는 배편이 하루에 4번 정도 있고, 한림항에서 15분 정도 걸립니다. 날씨에 따라 배 시간이 바뀌거나 배가 다니지 않는 날도 있으니, 출발 전에 전화로 운항 여부를 확인해 두세요. 배 시간보다 넉넉히 일찍 한림항에 도착해 두면 서두르지 않고 배에 오를 수 있습니다.
섬에 머무는 시간은 돌아오는 배 시간에 맞춰 정해야 합니다. 들어가는 배에 오르기 전에 나오는 배 시간을 먼저 확인하고, 그 시간에서 거꾸로 섬에서 걸을 길을 정하면 마음이 한결 느긋해집니다. 2~3시간 정도 머물 생각이라면 오름길과 섬 한 바퀴 가운데 무엇을 먼저 걸을지 미리 정해 두세요. 배를 타고 건너는 동안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섬의 모습도 짧지만 놓치지 말고 즐겨 보세요.
사진: Grapesurgeon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비양봉 오름길: 나무 계단을 올라 하얀 등대까지
섬에서 걷는 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비양도항에서 비양봉을 돌고 나오는 비양 오름길이고, 다른 하나는 섬을 한 바퀴 도는 길입니다.
비양 오름길은 나무 계단과 평지가 번갈아 나옵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하얀 등대가 나오고, 그곳에는 제주도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섬의 풍경이 아름다우니, 맑은 날을 골라 오르면 더 멀리까지 볼 수 있습니다.
오르는 길에 만나는 대나무숲길은 무럭무럭 자라 이제는 대나무 숲 터널을 이룹니다. 터널 가운데에 서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겨 보세요. 계단이 이어지는 구간이 있으니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신고, 마실 물을 챙기면 좋습니다. 내려올 때는 오를 때보다 보폭을 줄여 천천히 걸어 주세요.
사진: Grapesurgeon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섬 한 바퀴: 애기업은돌, 코끼리 바위, 필랑못
섬을 한 바퀴 도는 길은 비양 오름길보다 조금 더 깁니다. 해안 길을 따라 걸으면 바닷가의 현무암과 독특한 지형을 차례로 만나는데, 기암괴석 가운데에서는 애기업은돌과 코끼리 바위가 대표적입니다. 바다 쪽 풍경과 섬 안쪽 오름의 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며 걸어 보세요. 파도가 높은 날에는 바닷가 바위 쪽으로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마세요.
섬 안에는 뭍에서는 보기 드문, 바닷물로 된 염습지 '필랑못'도 있습니다. 바닷물이 드나들어 염분 변화가 큰 습지입니다. 바위와 습지를 하나씩 찾아가며 걷고 싶다면 비양도 지질공원 탐방 안내 지도를 먼저 살펴보세요. 섬의 명소가 정리돼 있습니다.
사진: Grapesurgeon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날아온 오름 이야기와 사진 남길 곳
이 섬에는 고려시대에 중국에서 날아온 오름이라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오름이 갑자기 날아와 협재리 앞바다에 자리를 잡자 바닷속 모래가 넘쳐 올라 해안가를 덮었고, 날아오다 길을 잘못 들어 확 돌아앉은 그 자리에 멈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모래 밑을 파다 보면 사람의 뼈나 그릇, 아주 부드러운 밭흙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집니다. 협재해수욕장에서 섬을 바라볼 때 이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섬 곳곳에는 사진을 남기기 좋은 곳이 많습니다. 돌 틈 사이로 비치는 바다, 뿔소라 껍데기를 예쁘게 칠해 꾸민 돌담길을 지날 때는 잠시 걸음을 멈춰 보세요.
한림항으로 돌아온 뒤, 애월에서 한 끼
섬을 돌고 한림항으로 돌아와 애월 쪽으로 이동한다면 미포집 제주 애월점을 식사 후보로 담아 보세요. 돌아오는 배 시간과 이동 시간을 함께 헤아려 두면 식사 시간을 정하기가 수월합니다.
배를 타고 섬을 걸은 날의 허기를 채우고 싶다면 해물장과 솥밥을 선보이는 미포집의 메뉴 안내를 살펴보세요. 오늘 섬에서 찍은 사진을 함께 넘겨 보며 바다 위에서 본 비양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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